[지정은 변호사의 법률상담소]동의 받지 않은 대화녹음

칼럼 / 지정은 변호사 / 2019-08-12 18: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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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받지 않은 대화녹음은 언제나 처벌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하여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통신비밀보호법이 1994년부터 시행되어 왔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이에 위배시 형사처벌하며,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여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사람 역시 형사처벌하고 있다(법 제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 2014. 1. 14.부터 처벌 형량이 중하게 개정된 것이다. 위 규정에 위배해 수집된 증거는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법 제4조).

해당 지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다른 공업사 직원들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한 다음 사고 차량을 자신들이 속한 공업사에 인치‧수리케 하기 위하여 경찰관들이 교통사고 발생 지점 등에 관해 주고받는 대화를 청취한 사안(전주지법 군산지원),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험담하며 따돌린다고 생각하고 그 증거를 확보해 관리청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MP3를 파우치에 넣어 녹음기능을 켜둔 상태로 매장 내에 두고 외출하여 타인간 대화를 녹음한 사안(수원지법 안산지원), 배우자의 외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그 증거를 확보하려고 남편의 승용차 뒷좌석 팔 거치대에 소형 녹음기를 녹음 버튼을 눌러 차량 안에 두는 방법으로 설치해 남편과 타인 사이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사안(울산지법),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이 교사들의 복무기강 확립을 목적으로 교내에 교사들의 인터넷 통신을 감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한 사안(인천지법) 등은 모두 유죄로 인정되었다. 다만 대부분의 사안은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 되었다.

이와 달리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 모르게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화통화 당사자가 상대방 모르게 통화를 녹음(위 법에서는 이를 ‘채록’이라 한다)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판례는 이 경우 타인간의 대화라 할 수 없어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 왔다.

그러나 제3자의 경우는 설령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고 그 통화내용을 녹음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던 이상, 사생활 및 통신의 불가침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는 헌법규정과 통신비밀의 보호와 통신의 자유신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비추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모 신문 기자가 모 재단법인 이사장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작하였는데 통화 도중 이사장실에 기획홍보본부장, 전략기획부장이 찾아오자 피고인과의 통화를 마치고 이사장실 탁자 위에 휴대폰을 놓아둔 채 찾아온 부장들과 대화를 시작하였고 휴대폰 조작에 익숙하지 않던 이사장은 통화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아 이사장의 휴대폰과 피고인의 휴대폰 연결 상태가 유지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 피고인이 이사장과의 통화 당시부터 이용하고 있던 휴대폰의 통화녹음 기능을 계속 이용해 이사장과 부장들 사이의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청취한 후 이를 바탕으로 모 신문에 “이사장의 비밀회동”이라는 제목으로 위 사람들 간의 대화내용을 보도한 사안은 어떻게 판단되었을까? 1심에서는 이러한 녹음‧청취 행위를 부작위로 보고 선행행위, 신의칙,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하고 그 녹음으로 알게 된 내용을 보도한 행위는 불법 녹음물의 공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2심에서는 피고인의 청취 및 녹음행위는 청취‧녹음과 관련된 ‘물리적 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청취‧녹음의 대상이 되는 ‘대화’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이 사건 대화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 대화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이러한 사실을 인식한 순간 그 대화를 청취‧녹음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생김에도 계속 청취‧녹음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의 금지규범을 위반한 작위행위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나아가 정당행위라는 항변,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항변 모두 배척하고 유죄로 판단하면서 다만 여러 정상을 고려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였다(그대로 확정됨).

그러면 3인 간 대화는 어떨까? 3인 간의 대화에서 그중 한 사람이 그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에 다른 두 사람의 발언은 그 녹음자 또는 청취자에 대한 관계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타인간의 대화’라 할 수 없으므로 그 녹음‧청취행위 및 그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는 위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 판례이다. 택시 운전기사인 피고인이 택시에 승차한 사람들에게 질문하여 지속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그 대화내용을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 공개한 사안에서 1심과 2심(서울북부지법)은 타인간 대화를 녹음, 공개한 경우라 보아 유죄로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승객들 사이의 대화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그 승객들은 피고인의 질문에 응해 답변하면서 자신들의 신상에 관련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한 사실 등을 인정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의 발언 분량이 적었다거나 대화 주제가 그 승객들 관련된 내용이라 해도, 또 피고인이 대화내용을 공개할 의도가 있었다 해도 마찬가지라 보았다.

그러나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라 해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판례도 비밀녹음 자체를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보고 이에 대해 위자료를 인정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이를 민사소송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경우 상대방의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보아 3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거나(수원지법), 상대방 동의 없이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 후 그 녹취록을 기자에게 제공해 해당 녹취록 일부가 신문보도 된 경우 5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서울남부지법) 등이 그렇다. 최근 교사들간 교무실에서의 말다툼시 음성녹음을 한 사례에서는 제반사정상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원고 청구를 배척하였으니(서울중앙지법) 사안에 따라 살펴볼 일이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말하므로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말이 아닌 단순한 비명소리나 탄식 등은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이다.

전기통신 기술의 발달로 비밀녹음의 방식은 점점 진화하는 상황에서 판례의 태도를 참고하여 분쟁발생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씨앤케이, 변호사 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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