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은 변호사의 법률상담소]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 어디까지 보상될까?

칼럼 / 지정은 변호사 / 2019-10-14 16: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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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는 회사의 대표와 함께 거래처에 음주를 곁들여 접대 후 퇴근하는 길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산업재해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최근 상담사례이다. 안타까움은 잠시 접어두고 출퇴근 재해에 관해 살펴보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이라 정의하고 있다(5조 1호).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대법원은 『비록 출‧퇴근이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어 통상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의 재해가 되기 위하여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하여 예외적으로 업무상의 재해가 된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두9025,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두4458).

같은 취지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업재해를 크게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나누고 출퇴근 재해에 관하여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 하여 업무상 사고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판례는 일용직 산불감시원이 자기 소유의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다가 산불감시업무 담당구역과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이 자기 소유의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산불감시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채용되었고, 망인의 집에서 소속 면사무소까지 출근시간에 맞추어 도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없었으며, 망인이 맡은 산불감시대상지역이 매우 넓어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한 업무수행이 곤란하고, 망인이 집에서 소속 면사무소로 출근하기 위하여 선택한 경로가 최단경로로서 합리적인 경로라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았고(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두4458),

근로자가 직장 회식을 마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회사 차량을 운전하고 귀가하다가 운전부주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는, 위 회식에 참석이 강제되지 않았고, 근로자가 회사 차량을 운행한 주된 목적이 다음날 회사 업무로 차량에 적재된 물품을 배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퇴근의 편의에 있었으며, 근로자는 퇴근 후 회식자리로 가면서 다음날 출차하는 조건으로 회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의 경비원의 승낙을 받아 건물 내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였던 것인데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회사 차량을 출차하여 임의로 운전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해당 사안의 상해를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06. 6. 27. 선고 2004두9838).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출퇴근 중 이용한 교통수단이 사업주가 제공한 것인지(소위 회사차량인지) 여부에만 주목하지 않고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사업주의 객관적 지배‧관리 하에 있는지 여부를 살핀 점에서 타당한 면이 있었지만, 법규상 회사차량을 제공받지 못하는 근로자(비혜택근로자)는 혜택근로자와 같은 근로자인데도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다고 볼 수 없는 통상적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가 존재하였다.

이에 불합리를 인식하고 제기된 위헌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근로자의 출퇴근 행위는 업무의 전 단계로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사실상 사업주가 정한 출퇴근 시각과 근무지에 기속된다. 대법원은 출장행위 중 발생한 재해를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데, 이러한 출장행위도 이동방법이나 경로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통상의 출퇴근행위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통상의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근로자를 보호해 주는 것이 산재보험의 생활보장적 성격에 부합한다. 사업장 규모나 재정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의 일방적 의사나 개인 사정 등으로 출퇴근용 차량을 제공받지 못하거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비혜택근로자는 비록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출퇴근 재해에 대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는데, 이러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출퇴근 재해를 예외적으로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던 규정은 합리적 이유 없이 비혜택근로자를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 보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헌재 2016. 9. 29. 2014헌바254 결정).

여기에 공무원ㆍ교사ㆍ군인 등의 경우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공무원연금법」 등에 따른 급여지급 대상으로 보호받고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법이 개정되어 2018년부터는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의 한 종류로 신설하여(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출퇴근 재해를 원칙적으로 산업재해로 보되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는 보상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시 서두에 언급한 사례로 돌아가 보자. 근로자가 회사의 긴요한 업무상 필요 때문에 심야까지 근무한 후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워 승용차를 이용하여 퇴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사실상 망인에게 유보되었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인 회사의 객관적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보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판결이 있고(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4127) 대법원은 음주운전이라 하여 언제나 업무수행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으며(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0두5562), 법개정으로 출퇴근 재해를 원칙적으로 산업재해로 보게 되었으므로 업무의 연장선에서 부득이 음주 후 퇴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음주운전이라는 이유로 권리구제를 섣불리 단념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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