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양육비 구상

칼럼 / 최지희 변호사 / 2020-03-24 11:17:46
  • 카카오톡 보내기

부모 중 일방이 어떠한 사정으로 홀로 자녀를 양육하게 되었을 때 비양육자에 대하여 과거의 양육비를 뒤늦게 청구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법적으로 두 자기 쟁점이 있어왔다. 부모는 모두 자녀를 양육할 책임이 있고 부모의 어느 일방이 어떤 사정으로 혼자서 그 자녀를 양육하였다면 그 부모는 고유의 책임을 다한 것일 뿐이고 다른 일방의 양육책임을 대신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과거에 이미 지출한 양육비의 상환을 구하려면 이미 이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졌거나 심판이 있던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 아닌지와, 부양료 채권이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데 반하여 10년 전 또는 그 이상의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이 소멸시효 제도에 비추어 어느 시기까지 가능한지이다. 혼자 양육하던 일방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수년이 지나서야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청구 시로부터 소급하여 3년의 양육비 청구만 할 수 있다고 하면 경제적으로도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는 1994년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여 부모의 양육비 부담은 친자관계의 본질로부터 발생하는 의무이므로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에 있어서의 양육비 중 적정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음을 물론이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해결되었다.

문제는 두 번째이다. 민법 제163조는 부양료 채권이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규정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으로 되어 있다. 즉, 부양료 채권이라도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부양료 채권의 경우에나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양육비채권이라도 협의 또는 심판에서 지급의 간격을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경우에만 3년의 소멸시효의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채권으로서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으로 보아 청구 시로부터 소급하여 10년 전의 양육비만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런 경우라면 아이를 유아시절부터 양육한 일방이 아이가 25살이 되고 난 이후에야 아이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 일방에 청구할 수 있게 된 경우는 과거 10년 즉, 아이가 15살부터 성년이 된 시기까지만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사실상 큰 의미가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 청구권으로 전환되기 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양육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기 전에는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재산권으로 되기 전에는 소멸시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재산권이 된 양육비 채권이 3년의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지 10년의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는 지에 대하여는 뚜렷한 판례는 없고 청구권의 성질에 따라 3년의 단기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결정도 있고,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결정도 있어 보인다.

위와 같은 경우 과거의 양육비를 제한 없이 구상할 수 있게 되어 양육을 하지 아니한 일방에게는 가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게 되는데, 법원은 과거의 양육권 청구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상대방의 책임범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즉“일방에 의한 양육이 그 양육자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거나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도움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과거의 양육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한쪽의 양육자가 양육비를 청구하기 이전의 과거의 양육비 모두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게 되면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하였던 양육비를 일시에 부담하게 되어 지나치고 가혹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이행청구 이후의 양육비와 동일한 기준에서 정할 필요는 없고, 부모 중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소요된 비용의 액수, 그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그것이 양육에 소요된 통상의 생활비인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소요된 다액의 특별한 비용(치료비등)인지 여부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한다.

경제적 이유에서, 감정적 이유에서, 그 외 복잡한 여러 여건 때문에 홀로 양육을 하고도 이미 아이가 다 컸으니 양육비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렇지만 미성년 아이의 양육은 부모가 당연히 할 일이지만 ‘홀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났더라도 스스로 권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 이슈타임통신.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